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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난리로 모든게 버거워” 서이초 교사 죽음 2주 전 남긴 일기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교사 A씨가 고인이 되기 2주일 전 남긴 일기장. [서울교사노조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OO(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교사 A씨가 고인이 되기 2주일 전 남긴 일기의 내용이다. 이달 3일 “제법 오랜만에 펜을 잡는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일기에는 학교와 학급 내 업무 및 갈등 처리로 A씨가 힘들어 한 정황이 담겼다.

24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A씨의 일기장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 생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분명 확인할 수 있다”며 “서울교사노조에서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보도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족이 일기장 내용을 공개한 데에는 A씨의 죽음이 교육 현장의 불합리가 쌓인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A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내용이 전해지며 죽음의 원인을 학부모·학생 과도한 민원, 학급 내 갈등 조정의 어려움 등 ‘교권 침해’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보려는 시각도 있다.

유가족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것인만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 돼서는 안된다”며 “학교에서 죽은 것은 고인이 학교에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학교의 교육 환경들 중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교사노조는 “다시 한 번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전국의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 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오늘 현장교사 간담회 등을 통해 수렴한 의견에 따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이날 전국교사노동조합연맹과의 간담회 이후 교권 및 교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국회, 각 시도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개정 ▷교사 지도 권한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고시 마련 ▷중대한 교권 침해 활동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학교 내 별도 민원 창구 개설 등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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