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대명사' 미 국채 대량 매도시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각국 경제 지도자들이 이를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침체 우려로 씨름 중인 미국 경제에 디폴트 가능성까지 더해졌다면서, 11∼13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미 부채한도 협상 전망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미국 이외에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 중인 일본의 경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디폴트에 대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24조 달러(약 3경2천조원) 규모인 미 국채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우에다 총재는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 국채는 안전 자산의 대명사로 여겨지는데, 미국 정부가 디폴트로 채권 보유자에게 제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세계적 여파가 미칠 수도 있다.

갑자기 미 국채가 위험자산으로 여겨져 대규모 매도세가 나올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미 국채에 대한 시장 투자자들의 선호를 영구적으로 꺾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WSJ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세계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세계 경제의 최대 엔진 중 하나인 미국이 협상 결렬로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겪는다면 분명 엄청나게 충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우리는 최근 특히 미국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 재정의 발전과 세계 경제의 연관효과와 관련해 (부채 협상에서) 성숙한 결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인도네시아·싱가포르·브라질·코모로 등 초청국 인사들도 참석했다.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몇 년마다 반복되는 부채한도 관련 불확실성으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 난항에 대해 "해결될 수 있는 반복적 게임일 뿐인지 혹은 결국에 가서 그러한 상황과 단절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할지, 전 세계가 묻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미국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역내 국가와의 교역 시 달러 대신 자국 통화인 루피아 사용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의 페르난두 아다드 재무장관은 대외 교역 시 달러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