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p 인상 시사해온 ECB '난감'…美 금리동결 가능성 '부활'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흔들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 조짐을 보이다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로 다시 충격을 받으면서 미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되살아나고 있다.

SVB부터 크레디트스위스로 이어지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기준금리 전망이 단기간에 널뛰기를 하고 있다.

한국시간 16일 오후 3시 40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67.9%,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32.1%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연준의 금리 결정 관련 시장 전망은 SVB 붕괴 이후 금융시장 분위기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7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하면서 시장에는 0.5%포인트 인상 예상이 우세했었다.

지난 9일에는 0.5%포인트 인상 확률이 78.6%,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21.4%였다.

그러나 10일 SVB의 급작스러운 붕괴 이후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급등으로 SVB의 미 국채 등 보유 자산 가치가 하락했고 유동성이 고갈돼 결국 파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으며, SVB 파산 이전에는 전혀 없던 금리 동결 전망도 25.5%까지 상승하고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아예 0%로 사라졌다.

이후 SVB 파산 여파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금리 동결 전망은 다시 힘을 잃었다.

15일에는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79%로 전날보다 14%포인트 상승하고 동결 전망은 전날 35%에서 21%로 하락했다.

그러나 가라앉는 것 같았던 금융시장 불안이 15일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로 다시 고조되자 동결 전망이 다시 힘을 얻은 것이다.

밥 미셸 JP모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다음 주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은 '어제의 싸움'이었으며 이제는 금융 안정이 연준의 최고 우선순위여야 한다며 "크레디트스위스 문제가 대두했으니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출 것 같고,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후퇴는 피할 수 없다"며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한국시간으로 16일 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은 크레디트스위스 사태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앞서 ECB는 작년 12월부터 이번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시사해왔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8.5% 치솟는 등 물가가 기대만큼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발(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금리 인상 폭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크레디트스위스의 본거지인 스위스는 유로존에 속해 있지는 않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날 ECB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크레디트스위스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은행"이라며 "ECB가 전에 시사했던 것보다 더 조심스러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SVB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까지 은행권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며 채권시장 변동성도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MOVE 지수'는 지난 13일 173.59로 급등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시작인 2020년 3월 이후(163.7)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ICE BofA MOVE 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미 국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투자자들이 전망한다는 뜻이다.

전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492%로 3.5% 아래로 내려갔고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도 2.12%까지 떨어졌다.

안전 자산이자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인 미국과 기타 선진국 국채 시장이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