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명 숨진 뉴욕주 버펄로서 비난 여론…출근시간 지나고 운행금지령

"대부분 차에 갇혀"…구급 인력 부족·시설 노후화도 겹쳐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역대급 한파가 미국 뉴욕주 이리카운티 주민 28명의 목숨을 앗아가자 지방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27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악의 겨울 폭풍이 예고된 이후부터 이리카운티 행정 책임자 마크 폴론카즈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운행 금지령을 내려달라는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폴론카즈가 22일 전후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반복하기는 했지만, 이는 단순 권고사항에 불과해 출근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론카즈는 23일 오전 9시 직전에 돼서야 금지령을 발표했다. 금지령 발동을 고작 40여분 앞둔 시간으로, 대부분의 직장인이 출근하는 '러시아워' 직후와도 겹쳤다.

당시 해당 지역에선 이미 상당수 직장인이 출근길에 오른 상황이었고, 금지령을 인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사설 구급 업체 AMR의 응급구조대원 펠리시아 윌리엄스는 "대부분의 구조요청이 차에 갇힌 사람들한테서 왔다"며 "운행 금지가 훨씬 더 일찍 발령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버펄로시에 따르면 겨울 폭풍으로 인한 사망자 절반이 도로 위 차량을 비롯한 실외에서 발견됐다.

1977년 최악의 겨울 폭풍을 겪은 지역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지역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게 됐다.

이리카운티는 특히 만성적인 구급 인력 부족과 시설 노후화를 겪고 있어 늑장 대응의 후폭풍이 더욱 거셌다.

폴론카즈 카운티장은 이리카운티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지역은 경찰과 구급차가 접근하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또한 버펄로에서 현재 운영되는 난방 대피소는 단 2곳에 불과하고, 식량이나 난방용품 등도 충분히 구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준비됐던 또 다른 대피소 2곳은 전력이 끊겨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자원봉사자 마일스 카터는 "전국이 이러한 눈보라가 몰아칠 것을 알고 있었다"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했고, 한참 전에 비상사태가 선포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엄격한 봉쇄조치 등 선제 대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지방정부 입장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버펄로대학 재난대응 전문가 내털리 심프슨은 "선제적 조치를 하도록 독려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사전 대응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해도 일정 정도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