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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칼럼] 그리운 내 고향의 가을

‘반딧불 반짝반짝 무더운 여름밤에/모닥불 피워놓고 둘러앉아서/ 부채 부쳐가면서 모기 쫓으며/고달픈 하루 농사 저무는 하루/아침에 풀 베어서 거름 만들고/저녁은 여물 썰어 소죽 끓이고/디딜방아 보리찧어 밥지어먹고/여인네 물레소리 밤 깊어가네/짚신 삼고 새끼 꼬던 그 시절에는/ 마나님 안방에는 다듬이 소리/글방도련님의 글읽는 소리/사랑방 머슴방은 옛 이야기 소리/마당가에 벌레들의 노랫소리는/여름밤 정겨운 시골풍경 속에/처녀들 웃음소리 깊어 가는 밤/마을 개짖는 소리 아이는 우네’

지금은 어디에도 찾아 볼수 없지만 옛날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서 가슴속에 그려보았다. 그 옛날 우리의 삶, 우리의 풍습, 너무도 아름답고 정겨운 여름밤의 흘러간 옛 추억을 더듬어 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정겨운 옛날이었다. 한국도 이제 너무 발전해서 그런 시골 풍경은 어디에도 찾을수 없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머릿속에 그리며 가슴속에 그 옛날을 되새겨 보면서, 어린 시절 그때가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는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립다.

여름밤 처녀들이 모여 물레를 돌리며 재잘거리며 웃는 소리가 지금 귀에 들리는듯 하다. 늙은 사람은 그 시절이 그립고 그때 추억이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지금 그런 이야기는 흘러간 옛노래 정도로 들릴지 모르지만, 시골의 발전이 정서적으로는 좋다고만 할수 없다. 이제 시골 어디에도 그런 풍경은 찾아보려고 해도 볼수없다. 집집마다 집앞 마당에는 자가용이 세워져 있고, 농사는 노인들의 몫이고, 아이 울음소리도 끊어졌고, 학생들이 줄어들어 학교도 폐교되거나 축소됐다. 농사는 소 대신 경운기로 짓고 젊은 사람은 시골에 없다. 모두 도시로 나가고 노인들만 살고 있고, 여기저기 있는 빈집에서는 유령이 나올 것 같다.

이때쯤 가을이 되면 벼는 익어서 농부는 추수하기 바쁘고, 열심히 탈곡기를 밟다보면 뽀오얀 먼지를 둘러쓰게 되는데, 웃으면 하얀 이빨만 보인다. 아낙네가 새참을 함지에 이고가면,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고 뒤따라간다. 텃밭에 살찐 무, 속찬 배추는 우리의 김장을 준비하는데 쓰인다. 무엇보다 생각나는 것은 집집마다 잎떨어진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붉은 홍시의 먹음직한 모습이다. 상상만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집집마다 지붕에 매달린 붉은 고추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두가 너무도 정겨운 가을풍경이다. 이곳 애틀랜타에서는 볼수없는 풍경이 너무도 그립다. 그래서 만약 애틀랜타 시골에서 몇집이 모여서 한국식 기와집 짓고, 집 주위에는 감나무를 심고 한국마을을 만들수만 있다면 좋겠다. 고향이 그리울 때 그곳을 찾아가서 하루를 쉬고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이민온지 반세기가 되니 이제 내나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하고 생각한다. 정겨운 내나라, 옛날 시골을 생각하면서,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을수 없는 내 고향 산천이 눈에 아롱거린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세끼 밥먹는 것이 전부인데, 고향에 있었으면 집 울타리에 감나무 몇그루 있는 집을 사서 옛날식으로 살다가 갔으면, 그것이 진짜 행복이었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한다. 추억은 너무 아름답다. 가을이 되니 두고온 조국이 더 생각나고 그리울 수가 없다. 가을 밤나무 아래서 밤나무를 발로 찼다가 돌을 던졌다가 하면서 알밤을 줍던 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운 내 나라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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