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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순 칼럼] 교민들 속으로 다가가는 애틀랜타 챔버 싱어즈

가을이 깊어간다. 일교차가 심해지고 시나브로 찬 기운이 천지에 퍼지니 사람의 마음에도 그늘이 내린다. 찬 기운을 몰아내려고 사람들이 움직인다.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고, 어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붓고, 난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아, 또 있다. 청고한 가을을 더 향기롭게 더 풍성하게 하는 풍경이. 청명한 가을밤의 음악회다. 깊고 아름다운 울림, 그 선율 속에 풍덩 빠졌더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생기가 돌아 가슴이 뛰고 맥풀린 팔다리에 힘이 솟는다.

‘애틀랜타 챔버 싱어즈’라는 음악동호회가 지난 수요일 밤, ‘찬양 음악회’라는 선물을 들고 내가 섬기는 복음동산장로교회로 찾아왔다. 나는 갑작스레 보물 상자라도 받은 양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끌어안고 무대 바로 코앞에서 그들과 한목소리로 기도하고 호흡했다. 거룩하고 성스러운 찬양 곡들을 한 곡 한 곡 같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들의 숭고한 사랑과 열정을 담은 ‘목마른 사슴’은 성경 말씀 중 시편의 일부를 찬양한 곡으로 세상일에 지친 내 마음과 영혼을 말갛게 씻겨내 평안으로 채워주었다. 이민생활, 현실에 갇혀 답답한 사람이 비단 나뿐일까? 디지털 문명에 갇혀 소외되어 고독하고,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삶을 연명할 수 있는 너와 내가 마음을 풀어놓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거룩한 삶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되새김하는 시간이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문화축제가 줄을 잇는다. 반가운 소식이다. 국민의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가 번창하고 번영하듯, 문화 수준이 높은 교민사회가 장래가 밝고 번영하리란 것은 자명하다. 기실,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비루한 밥벌이에 매여 지리멸렬한 일상에 매몰된 채 나날이 정신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 그러니 죄다 마음이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스트레스, 소통의 부재가 낳은 우울증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우발적인 사고, 총기 난사 같은 극단적인 사고로 치닫는 게 아닐까? 이민의 여정, 문화생활에 갈증을 달고 사는 나는 어디서 전시회나,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엔 두 눈과 귀가 번쩍 열린다. 고통과 인내로 빚어낸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세상일에 지쳐 널브러진 내가 마음을 열고, 새 힘 받아 다시 새로워지고 제 길을 묵묵히 갈 수 있음이리라.

‘애틀랜타 챔버 싱어즈!’ 나는 이들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래하기 위해 뭉친 동호회’라 부른다. 낮엔 일터에서 일하고, 밤엔 목청껏 노래하는 생활인들이다. 음악을 공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정열과 기품을 갖춘, 소박하고 평범한 이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합창단이다. 목요일 밤마다 한곳에 모여 서로의 소리를 조율하고 연습하고 예행연습 후 교민들께 다가간다. 애틀랜타의 규모가 작은 한인교회들을 찾아 나서는 그들에게 물었더니 “사람 속으로 다가가 저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건네자는 거지요!”라고 일갈한다. 또한, 매월 특정한 수요일 밤에는 작은 교회를 찾아가 성도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뜨겁게 찬양한다.



불빛 한점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을 타박타박 걷고 있는 성도들께 지금은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라고 격려하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어둠 뒤에 가장 밝은 빛이 온다고,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직 않았다고 희망을 쏘아주는 것이다.

귀한 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지휘자와 단원들은 서로 다르다. 그런데도 서로 손잡고 한 호흡으로 깊고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신이 주신 재능을 흙 속에 묻어두지 않고 빛나게 갈고닦아 주변을 밝고 성스럽게 가꾼다. 이들의 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며 그들이 내뿜는 치열한 열정을 내 안으로 끌어당기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존재를 반추해본다. 오늘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소한 잇속 챙기느라 계산하기 바쁜 사람들, 성실히 잘 살아가는 동료를 시기 질투해 마음의 벼랑으로 내모는 사람들, 자신의 불온한 생각이 진실인양 호언장담하는 사람들, 나 역시 그런 세상의 족속이 아니던가?

요즘 애틀랜타 교민들의 얼굴이 백합처럼 환하다. 교민들의 밝은 얼굴 뒤에 ‘애틀랜타 챔버싱어즈’의 깊고 아름다운 선율이 있다. 교민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후원이 ‘애틀랜타 챔버싱어즈’를 크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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