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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칼럼] 위안부 할머니의 한, 우리가 풀어드리자

‘가시리 가시리잇고/나난 버리고 가시리 잇고/날러는 어찌 살라하고/나난 버리고 가시리 잇고’
‘가시리’는 한의 노래다. 강제로 딸을 빼앗기고 한 많은 설움을 산 부모가, 차마 딸을 못잊어 울부짖는 노래다. 이 노래의 주인공인 위안부 피해자 어머니가 조국 해방 70년만에 처음으로 애틀랜타를 방문했다. 피눈물 나는 한의 세월을 살아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내 조국의 어머니 강일출 어머니가 지난 1일 애틀랜타에 오신 것이다.

강일출 어머니는 2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2차대전중 자신이 겪은 한의 역사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어머니의 눈물겨운 증언을 듣고 나 역시 가슴 떨린다. 1943년, 조국이 아직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 일본군은 한반도에 ‘처녀공출 명령’을 내렸다. 조선 처녀를 하루에 50명씩 끌고 갔다. 17살 강일출 소녀를 발견한 일본군인들은 우리 조국의 소녀들을 강제로 엄마품에서 빼앗아갔다. 딸을 빼앗긴 어머니의 애끊는 한의 소리를 멀리한채, 강 어머니는 어디로 끌려가는줄도 모르고 군용트럭에 실려 몇날을 어디론가 길을 떠났다. 어느 군부대의 어두컴컴 막사에 도착하자, 조선 처녀들은 수십명의 일본군들에게 밤새도록 성노예로 짓밟히고 매를 맞았고, 길가에 버려졌다.

우리 조국 어머니들은 인간 이하 일본군들의 만행에 대해 세계를 향하여 이렇게 외친다. “일본은 망한다. 홀로코스트보다 더 무서운 죄악을 저지른 나라 일본은 망한다”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해, 조국은 통일을 맞았다. 그래서 위안부 어머니 이야기는 내 조국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아픔의 세월속에서 길에 버려진 내 조국의 어머니들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차마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는 통한의 70년 세월을 살았다. 하지만 뻔뻔스러운 일본은 어머니들에게 아직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위안부 어머니들 중 살아계신 분들이 몇분 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몇년전 이미 고인이 되신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 할머니를 애틀랜타 우리집에 모신 적이 있다. 황 할머니 증언에 의하면, 위안부로 끌려간 후 수많은 일본군에 짓밟혀 병에 걸린 그녀는 길에 내버려졌다. 황 할머니 친구들중에는 정신이상으로 길을 헤매다 자살하는 소녀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도 수없이 자살을 시도하며 길을 헤멨다. 그러다 일본이 항복하고 조국이 통일을 맞이했다는 감격적 소식을 듣고 “죽어도 내 조국에서 죽자. 이대로는 죽을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황 할머니는 몰래 모아둔 돈으로 밀항선을 타고 조국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갔으나 부모님도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동네 사람들조차 “위안부”라고 손가락질하며 외면을다. 황 할머니는 그날밤 다시 보따리를 들고 밤차로 상경하여 몇날을 굶으며 죽을 날만 기다렸다. 하도 배가 고파서 서울역 근처 식당에 들어가 끼니를 얻어 먹고 주인에게 사정했다. 그렇게 부엌에서 모든 궂은 일을 하며 몇십년을 숨어 살았다고 한다.

황 할머니는 숨어산 세월속에 백발이 되자 “이대로는 죽을수 없다.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은 사과하라’는 깃발을 들고 죽는 날까지 시위하다 몇년전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애틀랜타 집에 황 할머니를 잠시 모실 때, 할머니는 “따뜻한 잠자리와 극진한 대접을 평생 잊을수 없네”라며 주먹같은 눈물을 흘리셨다. 그 눈물이 지금도 내 가슴을 적신다. 나도 “어머니, 우리가 그 한을 풀어드릴께요”라며 굳게 약속했다.

내 조국의 어머님 강일출 할머니께도 똑같은 약속을 해본다. 우리는 강 어머님을 모시고 미국의 남과 북, 전쟁의 역사가 숨겨진 스톤마운틴을 구경시켜 드렸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이야기도 들려드렸다.

조국 광복 70년 한의 세월, 그러나 우리는 정신대 어머니들의 한을 아직도 풀어드리지 못했다. 지구별에 가장 잔인한 나라, 일본의 아베 수상은 아직도 정신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독일 여성 총리 메르켈은 틈만 나면 ‘홀로코스트’ 만행에 대해 무릎꿇고 용서했다. 세계인들은 강철같은 메르캘 총리 가슴속 깊은 샘물같은 지혜, 따뜻한 인간애를 보았다.

지금이라도 일본 아베 총리는 우리 조국 어머니들의 한맺힌 비극, 정신대 문제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한국 어머니를 비롯한 세계 20만여성들에게 강제로 성학대를 저지르고 여성 인권을 짓밟은 일본 정부는 무릎꿇고 온 인류 앞에서 지금 사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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